국립현대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 전시회에 초대받은 우리는 미술관의 영구 소장품을 선택해 ‘해석’하는 작업을 의뢰받았다. 우리가 고른 작품은 김환기의 달 두 개와 백남준의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였다. (밝혀 두건대, 우리는 전시회 제목이 정해지기 전에 이 작업을 구상했다. 따라서, 작품에 주제로 등장하는 달은 전시회 제목과 아무 상관이 없다.)
김환기는 달을 종종 그렸다. 그가 1961년에 그린 달 두 개에는 산과 구름, 강이 있다. 김환기는 자신의 그림에 고향에 관한 추억을 담곤 했다고 알려졌다. 고향을 떠나 국외에서 활동하던 그에게, 달은 자신이 사랑하지만 잃어버린 것들을 언제든 투영해 볼 수 있는 스크린이었던 듯하다.
백남준의 1965년 작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는 TV 열두 대로 초생달부터 보름달까지 달이 차는 이미지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백남준은 한민족이 예로부터 달을 보며 떡방아를 찧는 토끼의 모습을 상상한 데서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여기서도 달은 이미지를 투영하는 화면으로 인식된다.
2016년 지금 우리가 달을 바라보면 무엇을 투영하고 싶을까. 고향에 관한 추억이나 신화적 상상 따위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달을 쳐다보니 뻥튀기 과자가 생각난다. 사실, 저 달이 거대한 뻥튀기라면 꽤 근사할 것 같다. 곡물 한 줌을 일순간 몇 십배 크기로 확대해 만드는 뻥튀기 과자는 어딘지 김환기가 달을 두 개 그리고 백남준이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라고 주장한 1960년대 이후 한국의 역사를 함축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달 두 개를 위한 또 다른 달과 또 다른 달이 텔레비전이다는 전시 기간 넉 달 동안 날에 따라 달이 기울고 차는 모습을 뻥튀기로 제시한 영상 작업이다. 뻥튀기 과자를 조금씩 뜯어 먹어 가며 초승달에서부터 보름달까지의 달이 차고 기우는 모습을 만들고, 그 형상을 근접 촬영한다. 그렇게 제작한 사진 파일 30장을 플랫 패널 TV 디스플레이에 설치하고, 하루에 한 장씩 이미지를 바꿔 가며 보여 준다. 결과적으로 작품은 1초당 30프레임이 아니라 1일당 1프레임 속도로 영사되는, 즉 달의 지구 공전 속도와 일치하는 비디오가 된다. 두 ‘비디오’는 각각 김환기의 달 두 개와 백남준의 달이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를 마주보는 형태로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