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명 자료 연작은 넓게 보아 우리의 ‘인프라 플랫’(infra-flat) 계열에 속하는 작업이다. 마르셀 뒤샹의 ‘인프라 신’(infra-thin)을 응용한 인프라 플랫은 세계를 평평하게 압축하는 힘(예컨대 스마트폰으로 매개되는 즉시 소통 강박이나 데이터 수집 강박)이 도를 넘어 역전된 깊이감을 창출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여기서, 실제 작품들은 인프라 플랫 개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해 또는 샘플 문서로 기능한다.
“마치 어떤 대상을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서 본 것처럼” 흐릿하게 처리된 이미지는 지지 구조(종이, 액자, 탁자 등 이미지를 지탱하거나 구현해 주는 물리적 장치)의 명료한 물질성과 대비된다. 포스터, 서울, 2007이나 엽서, 베를린, 2010 같은 부제는 사실을 꾸밈없이 전하면서도 딱히 유용한 정보는 드러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