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속성과 무관하게, 숨은 의미를 해독해 보라고 부추기는 것들은 매력적이다. 비밀 부호는 어디에나 있다. 체계적으로 보이지만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순서로 형태가 배열된 무늬판, 요구르트병에 보일락말락 새겨진 열두 자리 숫자, 원래 맥락에서 벗어나 배지에 찍혀 누군가의 가슴에 매달린 가전제품 조작 기호 등이 그렇고, 어두운 밤 문 닫힌 서울의 조명 제품 점포에 조밀하게 진열되어 제멋대로 고정된 채 반짝이는 LED 전등 표본이 그렇다. 언젠가 오스카 와일드가 주장한 것처럼 “세상의 진정한 신비는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에 있다”면, 보이는 세상이 자신도 모르는 의미로 변환되기만 기다리는 부호 아닌 부호로 가득하다는 사실은 암호적 즐거움을 자극한다.
- 프로젝트 유형:
- 포스터
- 사진:
- 김경태
- 의뢰인/의뢰처:
- 브레다 그래픽 디자인 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