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워드360°은 광저우 기반 디자인 미디어 브랜드 디자인360°이 주최하는 연례 그래픽 디자인 공모전이다. 아시아의 관점에서 세계 그래픽 디자인의 우수 작품을 선정하고 홍보하는 데 목적을 둔다. 우리는 2020년과 2023년 두 차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2023년에는 어워드 그래픽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했다.
아이덴티티의 중심을 이루는 원그래프 시리즈는 디자인360° 100호(2022년)에 실린 어워드360° 결산 기사의 통계 자료에 화답한다. 이들 그래프는 그래픽 디자인 일반과 어워드360°의 국제적 야심에 비추어 의미 있는 통계 자료를 표현한다. 하지만 아무 설명도 붙지 않은 이들 그래프가 실제 통계 수치를 읽으라고 제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그래픽 디자이너가 활동하는 폭넓은 맥락을 불분명하게 가리키는 부호다. 정확하면서도 모호한 이들 그래프는 여러 그래픽 디자인 작업의 속성인 이중성(우리의 좌우명인 “일은 명료하게, 재미는 모호하게”)을 암시한다. 우연이지만, 화려한 그래프는 축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어워드360°과 한 인터뷰에서 아이덴티티에 관해 논하는 부분을 발췌했다.
어워드360°: 제안서에 실린 글을 보면, 그래픽 아이덴티티는 디자인360°에 실린 원그래프에서 영감받았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아이덴티티는 “그래픽 디자이너가 활동하는 폭넓은 맥락”을 반영한다고도 적혀 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 통계와 맥락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
슬기와 민: 우리는 통계 그래프를 무척 좋아한다. 3D로 장식되고 모션이 더해지고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꾸며져서 감탄을 자아내는 ‘인포그래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이 생성하는 지루하고 조악하고 단순한 그래프를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데 관심이 있다. 그런 그래프는 돈의 흐름이나 사람들의 움직임 등 세상 돌아가는 바를 종종 드러낸다. 그러면서 동시에 미신을 자아내기도 한다. 의미 있어 보이는 원그래프는 단지 의미 있어 보이기 때문에 의미 있어 보이기도 하는 거다. (사실의 지표라는 점에서) 세상에 열려 있으면서 동시에 폐쇄적인 매체다. 질문으로 돌아가면, 디자인360° 특집호에서 어워드360°에 관한 보도를 보고는 우리와 여러분의 관심사가 상통한다고 느꼈다. 좋은 조짐 같았다. 또한 원그래프가 사실 보도가 아니라 수사적 홍보, 즉 올해의 어워드360°을 홍보하는 장치로 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뭔가 눈길을 끌면서도 의미 있는, 즉 동시대 그래픽 디자인이 작동하는 맥락을 얼마간 반영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어워드360°: 통계 그래프의 실제 의미가 독자에게 알려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 굉장히 재미있는 자료들이다. 이런 통계는 어디서 구했나?
슬기와 민: 의미가 가시화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화려해 보이기만 하는 그래픽 이면에 숨은 의미가 있음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어쩌면 좀 미신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작품에 숨은 의미를 안다는 사실(실제 의미가 아니라)이 어떤 식으로든 보는 이에게 전달된다고 믿는 편이다. 그러나 질문을 굳이 거부할 생각은 없다. 의미를 묻는 이에게는 언제든 답해 줄 용의가 있다. 아무튼, 우리는 디자인360°에 실린 그래프에 비스듬히 호응하는 자료를 찾고자 했다. 예컨대 디자인360°에는 어워드360° 과거 응모자의 연령에 대한 그래프가 있다. 우리는 좀 더 넓은 맥락의 현황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조사 끝에 트루리스트에서 전 세계 그래픽 디자이너의 연령 분포에 대한 자료를 찾았다. (같은 블로그에서 디자이너의 학력과 종사 분야에 대한 자료도 얻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만든 전 세계 SNS 플랫폼 인기 순위는 디자인360°에 실린 인스타그램과 기타 SNS 사용에 대한 그래프에 호응한다. 자료의 출처는 스태티스타이다. 세계인이 선호하는 색상은 유거브에서 찾았는데, 이는 공모전 수상작 색상 분포에 대한 답이고, 폰츠 인 유즈에서 가장 많이 소개된 폰트 그래프는 어워드360° 수상작의 폰트 유형에 관한 그래프에 호응한다. 그 밖에도 현대 그래픽 디자인과 관련해 좀 더 일반적인 자료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와 문자가 그런 자료인데, 출처는 각각 에스놀로그와 월드아틀라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