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Jeongho

전시회 참여 작가는 각각 AG 타이포그라피 연구소에서 최정호(1916~88년)의 원도를 바탕으로 개발 중이던 활자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표본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포스터에 쓰일 글귀 역시 주최 기관이 제공했다. 최정호를 인용한 구절 몇 개 중 하나를 골라 쓰게 되어 있었다.

글자체는 근사했지만, 어른 말씀을 대체로 불신하는 우리는 최정호 어록에서 딱히 공감할 만한 글귀는 찾을 수가 없었다. 특히 “요즈음 젊은 사람들…”로 시작해 그들은 참을성과 “장인 의식”이 부족하므로 활자체 디자인처럼 고된 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꼬집는 글이 마음에 걸렸다. 원래 의도는 원문에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고쳐서 “‌요즈음 늙은 사람들…”로 새로 쓰는 것이었지만, 우리가 받은 작업용 폰트에는 원문에 쓰인 글자 외에 다른 글자가 빠져 있어서 고쳐 쓴 부분에 구멍이 뚫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