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반 에이크 미술원의 새 그래픽 아이덴티티는 단순하고 직설적인 로고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머리글자 JVE를 흔한 활자체 ‘임팩트’로 크게 짜 넣는 시스템이다. 원래 브리프는 아카데미의 유연하고 개방적인 속성을 반영하는 아이덴티티 시스템을 요구했다. 그러므로 새 로고는, 오답까지는 아니라도 다소 엉뚱한 답이었을 것이다. 이론 중심적인 아카데미의 학구적 이미지와 너무 거리가 멀다 보니 오히려 적합해 보이는 로고였다.
그러나 그처럼 터무니없으리만치 과장된 외관이 단지 역설적 농담에 그친 것은 아니었다. 새 로고는 사람과 생각이 모이는 매우 물리적인 장소를 위한 안정된 닻이자 또렷한 기준점, 가시적 안내판이 실제로 되고자 했고, 끊임없이 유동하는 세계에서 일정한 (일시적인?) 자율성을 주장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2009년 네덜란드 하우스 스타일상 후보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