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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작가상은 2012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운영해 온 제도이다. 2023년 전시에서는 김병준, 갈라 포라스-김, 이강승, 전소정 등 4인이 인간 문명과 시간이라는 주제를 탐구했다.

올해의 작가상 2023의 시각 아이덴티티를 고안하면서, 우리는 전시 주제를 문자 그대로 표현하기보다 우리 스스로 한동안 관심을 두었던 아이디어를 실험해 보고자 했다. 이에 영감을 준 작업은 한국 현대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 조영제가 1976년에 발표한 탈네모틀 한글 서체 개념이다. 조영제의 제안은 활자로 개발되지 않고 순수한 가설로 남았지만, 1980년대 이후 디자인된 탈네모틀 한글 활자체의 전신으로 인정받는다. 이 제안과 올해의 작가상이 직접 관련은 없지만, 우리는 최종 해결안보다 질문 과정을 중시하는 실험 정신 면에서 양자가 상통한다고 느꼈다.

우리는 조영제 서체의 구조를 변용해 새로운 한글 캐릭터를 개발하고, 숫자와 로마자를 더해 기능성 있는 활자체로 발전시켰다. 또한 캐릭터 세트를 네 가지 굵기의 자족으로 확장한 다음 굵기가 다른 글자들을 무작위로 섞어 써서 기하학적 질서와 대비되는 불규칙적 질감을 만들었다. 이렇게 얻어진 이미지는 의도와 우연이 공존하며 단순한 기계적 규칙을 통해 언뜻 유기적인 외관을 생성하는 역설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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