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80명이 각자 상상하는 이상적 표지를 통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1955년)를 성찰하는 책. 표지를 위한 책의 표지를 디자인하면서, 우리는 나보코프 자신이 책표지에 원했던 바를 그대로 옮겨 보기로 했다.
순색, 녹아드는 구름, 정확히 그린 디테일,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저 멀리 뻗은 도로, 비 내린 날 고랑과 바퀴 자국에서 반짝이는 빛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녀는 피해 주세요. … 제가 어떤 형태건 단호히 반대하는 소재가 하나 있는데, 바로 어린 소녀입니다. 그처럼 예술성 높고 힘 있는 그림을 구하기 어렵다면, 그냥 티 없이 하얀 표지(흔히 쓰이는 광택지 대신 거친 무광 용지면 좋겠습니다)에 굵은 검정 글자로 ‘롤리타’라고만 쓰는 편이 낫겠습니다. (나보코프가 1958년 3월 1일 롤리타 초판 미국 출판사에 보낸 편지)
이 요청은 실제로 받아들여진 적이 없지만, 우리는 ‘표지 속 표지’에서나마 그 소망을—적어도 “굵은 검정 글자로 ‘롤리타’라고만…” 하는 부분은—충족시켜 보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