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전시회 리플릿에 실린 소개 글에서 발췌했다.
‘진짜?’라는 반응은 흔히 놀라움과 의심, 호기심과 경계심, 수용과 거부를 동시에 내포한다. 이 전시 진짜?에서, 최슬기는 디자이너로서 그의 절친한 벗 다이어그램에 대한 복합적 태도를 설치, 사진, 프린트,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 낸다. 다이어그램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두 측면에서 연관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표상으로서 다이어그램의 자율성이고, 다른 하나는 다이어그램의 자기 지시성이다. 현실의 추상으로서 다이어그램이 약속을 어기고 현실에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심지어 그 자체가 ‘현실’이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다이어그램이 일관된 논리로 구성된 자율적 추상 세계가 아니라 일관성 없고 무작위적인 현실 세계에 실체로서 뒤섞이면? 그리고 다이어그램이 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진짜?를 구성하는 작품들은 마치 제 꼬리를 문 뱀처럼 자기 지시적이고 자기 회귀적이다. 그 다이어그램들은 전시 공간 안에서 서로를 가리키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 자신만을 가리키기도 한다. 형식적 구성체로서 그들은 너무나 단순하고, 기호로서 그들이 드러내는 의미는 너무나 명백하고 자기 설명적이어서, 오히려 불편하다. 그처럼 명백한 자기 진술을 통해, 다이어그램들은 유사 주체성을 선언하며 우리 곁에 서려 한다. 우리 자신이, 우리의 세계가 되려 한다. 이렇게, 진짜?는 메타 언어적 다이어그램을 통해 도리어 다이어그램의 언어적 위상을 훼손하고 모호하게 한다. 표상과 실체를 한 면에 놓고 접어 그 둘이 어느샌가 밀착하게 한다. 그리고 최슬기는, 그렇게 접힌 공간을, 놀라움과 의심, 호기심과 경계심, 수용과 거부를 모두 품은 표정으로 그려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