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
슬기와 민—명료함과 모호함은 중국에서 우리의 작업을 포괄적으로 소개한 첫 전시회였다. 기획진의 전시 소개를 인용한다.
슬기와 민—명료함과 모호함을 개최하는 계기는 작은 책 작품 설명이다. 작품 설명은 전시 기획의 토대가 되고, 전시는 작품 설명을 출간하는 이유가 되며, 양자는 명확하면서도 모호한 관계 속에서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전시를 통해 관객이 전시와 출판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고, 이를 통해 색다른 관람 경험을 누리기 바란다.
1. 전시장에서 관객은 작품 설명을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고, 설명에 해당하는 번호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2. 작품을 직접 관람하고, 작품 설명에서 해당 번호의 설명을 찾아볼 수도 있다.
3. 작품 설명을 무시하고 작품 자체를 감상하는 데 집중하거나, 작품을 바탕으로 그에 상응하는 설명을 상상해도 무방하다.
4. 전시가 끝난 후 스스로 작품 설명을 읽고, 설명을 바탕으로 해당 작품을 상상해 볼 수 있다.
5. 슬기와 민에 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작품 설명과 작품 설명 설명을 동시에 구매할 수 있다.
6. …요컨대 관객은 작품 자체가 주는 순수한 시각적 경험을 감상할 수도 있고, 각도를 바꿔 글을 중심으로 작품 이면의 개념에 파고들면서 슬기와 민이 사물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접해 보는 방식으로 전시를 감상할 수도 있다.
2000년대 이후 슬기와 민은 디자인 실천, 저술, 출판, 교육, 예술 창작 등을 결합하며 아시아와 서구의 지리적 교차점에서 독자적인 길을 헤쳐 왔다. 슬기와 민이 국경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며 새로이 구축한 지역적 맥락은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공유하는 ‘디자인 계몽’의 근거가 되었다. 이 전시를 통해 관객이 지난 20년간 슬기와 민이 벌인 집약적 작업의 에너지를 느끼며 자신의 계보에서 그들을 준거 삼아 자신에 관해 성찰하는 계기를 얻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