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 인물 여섯 명과 가공 인물 한 명이 화자로 등장하는 토마는 예술에 관해 집요하게 질문하는 책이다. 정체성이 불분명한 토마는 ‘예술을 의심하면서 믿는 자’로서 여섯 필자를 초대해 질문을 던지고 의심을 나눈다. 책 중간중간 하단 여백에는 토마가 필자들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들(“기술은 창작자/관람자를 수동적으로 만드는가”에서부터 “예술은 어디에서 발생하나?”까지)이 배치된다. 표지에서 속장까지 책 전체를 감싸는 회색은 흑과 백의 명쾌성을 회의하는 시선을 함축한다. 앞표지에서 정보 일체를 대신하는 사각형 금박은 주인공의 종교적 정체성(‘의심하면서 믿는 자’)을 암시하는 한편, 이면에 대한 상상을 부추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