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는 인사말
- 2010년
- 직물에 디지털 인쇄
- 20부, 각 60 x 180센티미터
제도화하고 관리되는 공간—보편화한 ‘유원지’. 그 경험은 보통 ‘어서 오십시오’로 시작해 ‘안녕히 가십시오’로 끝난다. 별 뜻 없이 의례화한 표현이지만, 공간의 경계를 뚜렷이 표시하는 말이기도 하다. 두 인사말이 구획하는 ‘공간’에서, 그 사이(‘간’[間])가 없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예컨대 ‘어서 옴’과 ‘안녕히 감’을 동시에 기대하는 공간이라면? ‘국경 없는 마을’로 대표되는 다문화 지역 안산에서, 그런 경계 실종—뒤집어 말하면, 공간 실종—상상은 역설적 차원이 더할 것이다. 그곳에서 경계 없음은 오히려 전체 공간이 경계로 대체된, 그래서 늘 줄타기를 하며 어느 쪽으로 떨어질지 (‘어서 옴’인지 아니면 ‘안녕히 감’인지) 조마조마해야 하는 상황을 뜻할 테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상황이 안산에 국한되지 않고, 사실상 전 지구에서 벌어져 왔음을 잘 안다.
우리는 그 인사말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스무 가지 언어로 번역했다. 그 언어는 다음과 같다: 중국어, 에스파냐어, 영어, 힌디어, 우르두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자바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한국어, 이탈리아어, 터키어, 타갈로그어, 폴란드어, 우크라이나어, 말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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